유튜브를 보다가, 어느 중고등학생이 장난삼아 끄적인 시인 줄 알았던 글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어엿한 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님의 정식 발표작이더군요.
호기심에 검색을 해보니, 원광대를 나와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님이신 안도현 시인의 작품이었습니다.
제목은「스며드는 것」인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 머릿속엔 '간장게장'으로 기억될 것 같은 그 시입니다.
오늘은 이 시를 보며 들었던 생각을 짧게 남겨봅니다.
유튜브 예능 짤
제가 이 시를 처음 접한 건 아래 영상이었습니다.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출처를 알고 나니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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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시집 소개
안도현(1961~) 시인은 198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고,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여러 권의 시집을 펴낸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시인입니다. 산문 「연어」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스며드는 것」은 그의 시 중에서도 대중에게 가장 많이 회자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문학성을 인정받았고, 동시에 '간장게장 시'라는 별명으로 친근하게 기억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시입니다.
간장게장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시, 「스며드는 것」
이 시는 간장 속에 잠긴 꽃게를 그립니다. 간장이 등판 위로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품으려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버둥거리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스며드는 어둠을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행에서는 죽음을 앞둔 어미 꽃게가 알들에게 이제 잠들 시간이라고 나직이 다독이며 끝이 납니다.
저는 이 시를 통해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① 나의 간사함
처음엔 중·고등학생이 장난처럼 쓴 글인 줄 알고 우습게 봤습니다. 그런데 문예창작과 교수님의 작품이자 정식 발표된 시라는 사실을 알게 되니, 똑같은 글이 갑자기 '문학적'으로 느껴지더군요. 내용은 그대로인데 출처 하나로 평가가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제 안의 간사함을 마주한 순간이었습니다.
② 역지사지
간장이 부어지는 그 장면을, 시인은 꽃게의 입장에서 바라봅니다.
우리가 보통 '맛있겠다'로 끝내고 마는 장면을 게의 시선으로 옮겨 적은 것이죠.
입장을 바꿔 본다는 것이 이렇게 사물을 다르게 보이게 한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③ 긍정 마인드와 모성애
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어미 꽃게는 알들에게 '잘 시간'이라고 말해줍니다.
죽음을 잠으로 바꿔 다독이는 그 긍정의 시선, 그리고 끝까지 알을 먼저 생각하는 모성애.
이 짧은 시가 오래 마음에 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명시,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시인을 검색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따라오는 시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너에게 묻는다」입니다. 연탄재를 함부로 대하지 말라며,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다 태워본 적 있느냐고 묻는 그 짧고 강한 시죠. 이 시 역시 전문은 시집에서 직접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장난처럼 시작된 검색이, 시인 한 분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이어졌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우연히 만난 한 편의 시가 하루를 다르게 만들어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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